1. 48개국 확대, 독인가 약인가
2026년 월드컵은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아시아에 배정된 티켓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본선 진출이 쉬워져서 좋은 것 같지만, 우리 축구에 이 변화가 '독이 든 성배'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티켓이 늘어나면서 본선 진출을 위한 아시아 예선의 긴장감이 떨어졌습니다. 이전처럼 예선 단계에서부터 한일전이나 이란전 같은 빅 매치를 자주 치르지 않게 되면서, '실전 감각'과 '극한의 경쟁력'을 단련할 기회가 줄어든 것은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월드컵 본선은 예선과는 차원이 다른 무대입니다. 쉬운 예선 통과는 자칫 우리 선수들과 팬들에게 '본선도 쉽지 않을까?'라는 안일함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반면,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습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 '당연한 목표'가 되면서, 대표팀 감독과 선수단은 예선에 대한 부담을 덜고 '오직 본선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홍명보 감독님이 최근 미국, 멕시코 같은 강팀들을 상대로 전술 실험을 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본선 진출이 아니라, '본선에서의 조별 리그 통과'라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48개국 체제에서는 조 3위까지도 경우의 수를 따져 다음 라운드로 올라갈 가능성이 열리는 등, 예전보다 16강 진출의 문턱이 낮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일본, 이란 등 아시아 경쟁국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점입니다. 결국 '누가 이 늘어난 준비 기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48개국 체제의 최대 이슈이자 관전 포인트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A매치 기간에 K리그와 유럽 리그를 오가며 지치는 '피로 누적' 이슈를 어떻게 관리하고, 홍 감독의 전술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다져나갈지가 중요합니다.
2. 아시아 경쟁 심화와 우리의 위상
티켓이 늘어났다고 해서 아시아 내부의 경쟁이 느슨해진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누가 진짜 아시아 맹주인가'를 결정짓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특히 일본 축구의 성장은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입니다. 그들은 이미 유럽 주요 리그에 핵심 선수들을 대거 진출시키며 우리보다 더 넓은 선수층을 확보했고, 유소년 시스템을 통한 꾸준한 기술적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일본 축구는 이제 우리처럼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시스템적 완성도'를 통해 경기를 주도하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 국가들도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리그 수준을 끌어올리고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냉철하게 짚어봐야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이라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빠지거나 컨디션이 저하되면 팀 전체의 경기력이 급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축구가 가진 고질적인 '시스템' 문제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아시아에서 확실한 1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선수 개인의 재능'을 넘어, '감독의 전술적 깊이'와 'K리그 선수들의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합니다. 최근 아시아 예선에서 보인 일부 경기에서의 불안한 경기력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신호입니다. 월드컵이 2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 아시아 경쟁국들이 보여주는 '변화의 속도'보다 우리가 더 빠르고 과감하게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2026년에는 아시아 최고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님은 이란, 일본과의 경기를 통해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약점을 보완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입니다.
3. 2026년 이후의 전망과 과제
2026년 월드컵은 끝이 아니라,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어야 합니다. 월드컵 이후의 전망을 밝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가장 큰 과제는 '유소년 시스템의 혁신'입니다. 지금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은 개인의 노력으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월드클래스 선수를 꾸준히 배출해야 합니다. 어린 선수들이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기술적인 축구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두 번째 과제는 'K리그 경쟁력 강화'입니다. K리그가 더욱 흥행하고 재정적으로 안정되어야,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충분한 동기 부여를 얻을 수 있습니다. K리그 팀들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리그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대표팀의 저변 확대로 이어집니다. 최근 K리그2의 확장 등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심판 판정의 일관성이나 리그 운영의 투명성 같은 행정적인 이슈들도 함께 개선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혼혈 선수 및 이중 국적 선수 발굴'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우리 피가 섞인 잠재적 인재들을 발굴하고 대표팀에 합류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미래의 중요한 전망을 결정할 것입니다. 2026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른 후, 한국 축구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축구계 전체가 고민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지금의 결정 하나하나가 2030년, 2034년 월드컵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마무리]
2026 월드컵은 우리에게 기회와 숙제를 동시에 던져주고 있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단순히 개인의 재능을 믿을 것이 아니라, 전술과 시스템이라는 단단한 뼈대를 지금부터 갖춰야 합니다. 우리 모두 뜨거운 응원과 냉철한 비판으로 한국 축구의 더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