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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넘어 시작한 달리기, 인생이 바뀌는 순간들

by 달려버려 2025. 8. 20.

달리기(고민) 관련사진

1: 마흔의 위기? 솔직히 그냥 답답했지, 달리기가 답일 줄이야

아이고, 마스터님. 마흔 넘어가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거, 진짜 매일매일 느낍니다. 예전엔 며칠 밤새워도 쌩쌩했는데, 요즘은 밤 10시만 넘어도 눈이 감기네요. 거울 보면 배는 점점 나오고, 옷은 자꾸 안 맞고. 회사에선 어깨가 무겁고, 집에선 또 남편, 아빠 노릇 하느라 숨 막히고. 솔직히 그냥 답답했습니다. 이게 다 나이 탓인가 싶기도 하고, 뭔가 크게 바뀌는 것도 없고, 그냥 이대로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영 찜찜했죠.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그렇다고 거창한 걸 할 엄두는 안 났습니다. 헬스장 끊어놓고 며칠 가다 말 게 뻔하고, 골프니 뭐니 하는 건 돈도 돈이지만, 시간 맞추기도 힘들고. 그러다 문득 고등학생 때 체력장 한다고 땀 뻘뻘 흘리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그래, 달리기! 신발 하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 제일 만만한 게 달리기였죠.
처음 러닝화 끈 묶고 집을 나서는데, 솔직히 좀 민망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아저씨가 새벽부터 뭐 하냐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뻘쭘함이 있었죠. 근데 말이에요. 막상 뛰어보니까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더군요. 뛰다 보니 숨은 차고 다리는 천근만근이고, '이거 내가 왜 하고 있나' 후회만 가득했습니다. 근데 말이야, 그렇게 힘들게 몇 바퀴 돌고 집에 오는데, 땀으로 흠뻑 젖은 제 모습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는 겁니다. 거울 속의 찌질하던 아저씨가 아니라, 뭐라도 해낸 '나' 자신이 보이더군요.
그때부터였죠. '아, 나 아직 안 죽었구나.' 마흔이라는 나이에 그냥 포기하고 살 줄 알았는데, 달리기가 제 안에 숨어있던 열정을 다시 끌어냈습니다. 처음 1km, 그다음 5km, 10km를 완주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훨씬 더 강한 사람이었구나'하는 걸 깨달았어요. 달리기는 그냥 운동이 아니라, 저의 무기력한 삶에 던지는 작은 '반란'이었습니다. 마흔의 위기? 그냥 달리면서 다 날려버리면 그만인 것 같습니다.

 

2: 달리기가 내게 준 뜻밖의 선물들

첫 번째는 '혼자만의 시간'입니다. 40대 아저씨의 삶은 늘 바쁩니다. 회사에선 동료들이랑, 집에선 가족들이랑. 혼자만의 시간은 화장실 가는 시간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바빴습니다. 그런데 새벽 러닝을 시작하고 나서, 오롯이 저만을 위한 시간이 생겼습니다. 새벽 공기 마시며 뛰다 보면, 머릿속 복잡했던 생각들이 싹 정리되더군요. 회사에서 스트레스받았던 일, 아이 교육 문제, 집안일 등 모든 고민들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빠, 누구의 부하직원이 아닌 그냥 '나'로 돌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두 번째는 '새로운 관계'입니다. 혼자 뛰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러닝 크루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뛰기도 합니다. 나이, 직업, 사는 곳 다 다른데, 오직 '달리기'라는 공통점으로 뭉쳐서 땀을 흘리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서로 힘든 순간 격려해 주고, 응원해주다 보면 잊고 지냈던 공동체의 따뜻함을 다시 느낍니다. 달리기는 저에게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줬고, 덕분에 제 삶이 더 풍요로워진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나 자신에 대한 사랑'입니다. 예전엔 제 몸을 그저 소모품처럼 굴렸습니다. 술 마시고, 야근하고, 막 썼죠. 그런데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부턴 제 몸이 소중해졌습니다. 몸이 힘들면 쉬어주고, 뭘 먹어야 몸에 좋은지 챙겨 먹게 되었습니다. 달리기는 저에게 제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줬고, 그게 곧 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선물들은 사실 달리기로 몸 좋아진 것보다 훨씬 더 큰 기쁨을 줬습니다. 마흔이 넘어서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3: 꾸준함이라는 마법, 인생을 바꾸는 힘

가끔 젊은 친구들이 저한테 물어봅니다. "형님, 어떻게 그렇게 매일 뛰세요?" 저는 대답합니다. "하루아침에 인생이 바뀌는 마법은 없어. 근데 꾸준함이라는 마법은 있더라." 솔직히 저도 매일 뛰고 싶진 않습니다. 비 오고 바람 불고 피곤한 날은 '오늘은 그냥 쉴까?' 하는 유혹에 수도 없이 넘어갈 뻔했죠. 그런데 말이야, 그런 날일수록 억지로라도 나가서 1km라도 뛰고 나면, 그날의 뿌듯함이 엄청납니다.
정체기가 왔을 때도 그랬습니다. 아무리 뛰어도 기록이 제자리걸음일 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딱 한 걸음만 더 나아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였죠. 그렇게 꾸역꾸역 달렸더니 어느새 정체기를 훌쩍 넘어서 있었습니다. 달리기는 저에게 '인생에 힘든 순간이 와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한 걸음씩 나아가면 결국에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가르쳐주었습니다.
달리기는 저에게 '겸손'도 가르쳐줬습니다. 아무리 오랫동안 달려도, 몸 상태는 매일 다릅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평소보다 기록이 좋지 않을 수도 있죠. 그때마다 저는 욕심을 내려놓고 제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달리기는 저에게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법, 그리고 스스로에게 겸손해지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런 깨달음들은 마흔이 넘은 저에게 잃어버렸던 활력과 열정을 되찾아주었고, 그보다 더 값진 선물은 바로 '꾸준함'과 '인내', 그리고 '겸손'이라는 삶의 태도입니다. 이 글을 읽는 40대 아저씨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러닝화 끈을 묶어보세요. 거창한 목표는 필요 없습니다. 그냥 꾸준히 달리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인생은 분명 바뀔 겁니다. 저처럼 말이죠.